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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환시장이 심상치 않다
    경제/외환 2020. 3. 21. 15:21

     

    환율이 또 올랐습니다. 1245원을 돌파해서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중입니다. 환율은 경제의 신호등입니다. 환율이 오른 것 자체는 경제에 큰 문제는 아니지만(환율이 조금 높거나 낮다고 경제활동이 어려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환율이 오르는 것은 뭔가 경제에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신호 여서 그 원인이 걱정됩니다. 최근의 환율 상승은 우리나라 고유의 문제라기보다는 전 세계적인 위험에 우리나라가 휩쓸리면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가장 위험한 이상신호: 환율상승

    환율(달러의 가격)이 올라간다는 건 우리나라에서 자금이 빠져나간다는 의미입니다. 더 이상 우리나라에 머물지 않겠다는 의미인데요. 그 이유가 우리나라에 머무르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든(우리나라에 큰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 아니면 다른 곳에서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빠져나가는 것이든(다른 곳에 큰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 우리에게는 좋지 않은 신호입니다.

    요즘 다양한 경제지표들이 이상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가장 심각한 것을 하나만 꼽으라면 그건 환율입니다. 외국인이 주식과 채권을 많이 팔더라도 그렇게 판 돈을 쥐고 계속 우리나라에 머물고 있다면 그건 가격이 내려갈 때 다시 매수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그렇게 판 돈을 들고 밖으로 나가는 것은(밖으로 나갈 때는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서 나가기 때문에 환율이 올라갑니다) 당분간은 다시 매수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환율의 상승은 뭔가 문제가 심각할 때 발생하는 신호입니다.

    환율은 왜 오르나요?

    시장에서는 아마도 외국인들이 다른 곳에 쓸 달러가 긴급히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안전자산이라고 분류되는 금과 채권의 가격마저 요즘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은 그런 안전자산을 팔아서라도 일단 현을 마련해야 하는 투자자들이 늘었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면 레버리지를 일으켜(부채를 조달해서) 투자한 투자자들은 최근 주가 하락으로 마진콜 위기에 몰리면 현금을 조달해서 계좌에 입금해야 합니다. 뭐든지 돈이 되는 건 다 팔아야 하는 입장이라 한국에 투자했던 주식이나 채권을 팔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영향이 교역의 마비로 이어지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타격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거래를 일으켰을 수도 있겠습니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미국의 석유관련 업체들의 부도 가능성이 불거지고 유럽 경제가 얼어붙으면서 취약한 국가의 기업들이 역시 부도가 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면 신뢰가 무너지고 자금 사정이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이 시작될 것 같다는 걱정도 일단 현금(달러)을 확보하자는 쪽으로 투자자들을 움직이게 하고 있습니다.

    환율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까요?

    자산의 가격은 오른다는 이유로 더 오르고 내린다는 이유로 더 내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환율이 오르면 달러의 가치가 오르고 원화의 가치가 떨어지게 되는데 한국에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은 이렇게 될 경우 가만히 앉아 있어도 자신이 보유한 한국 자산의 달러 환산 가치가 떨어집니다. 이 외국인은 하루 전만 해도 자산을 팔아서 그렇게 생긴 원화로 달러를 사들일 필요까지는 느끼지 못했으나 계속 달러의 가격(환율)이 오르면 얼른 달러를 사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달러 매수에 동참하게 될 수 있습니다. 외국인이 아닌 내국인들도 달러 가격이 오를 조짐이 보이면 매수에 동참합니다. 마스크 가격이 오르면 당장 필요한 마스크가 아니라도 미리 사재기를 하려는 움직임이 생기는 것과 동일합니다.

    환율이 오르는 게 달러의 부족 때문이고 달러의 부족은 유럽과 미국에서 불거지고 있는 금융위기 가능성 때문이라면 금융위기 가능성을 해소할 정책의 등장과 투자자들의 안심이 환율을 안정시키는 기본 조건입니다. 채권과 금마저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면 금값이 다시 올라가는 것이 상황이 나아지는 신호로 활용될 수도 있겠습니다.

    대책은 없나요?

    어제 우리나라 정부는 은행들의 선물환 포지션 규제를 풀어서 선물환 포지션을 좀 더 늘릴 수 있게 했습니다. 선물환 포지션 규제는 쉽게 말하면 은행들에게 달러 외채를 너무 많이 끌어오지 말라는 취지의 규제입니다. 은행들이 가진 자기자본의 40%(외국계 은행은 200%)까지만 외채를 끌어올 수 있다는 규제였는데 이 제한을 50%로 높였습니다(외국계 은행은 250%) 이러면 은행들이 외채를 좀 더 끌어올 수 있게 됩니다.

    이걸 선물환 포지션 규제라고 부르는 이유는 은행들이 외채를 끌어오는 이유가 선물환이라는 금융상품과 관계가 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1년 후에 고객사로부터 1억달러를 받게 되는 어떤 업체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만드는 데 1년이 걸리는 제품을 파는 업체이거나 설계 등 서비스 업체일 겁니다). 그 업체에겐 1년 후에 받을 1억 달러라는 돈이 원화로 얼마나 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자칫 1년 동안 환율이 하락해서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1억달러의 원화 환산액도 줄어들어서 기껏 일하고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그 기업은 그 위험을 피하기 위해 거래 은행에 “은행이 1억달러를 외국에서 빌려와서 그걸 외환시장에 현재의 환율로 팔아달라. 그렇게 해서 만든 원화를 은행이 보관하고 있다가 1년 후에 우리가 고객으로부터 1억달러를 받으면 은행이 보관하던 원화를 우리에게 달라”는 요청을 합니다. 그러면 미래에 받을 1억달러를 현재의 환율에 팔아서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고 수금액을 확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은행은 고객의 그런 심부름을 들어주기 위해 1억달러의 외채를 끌어와서 외환시장에 그 달러를 팝니다. 이걸 선물환 매도라고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선물환 시장에서 매도를 하고 그 위험을 줄이기 위해 외채 1억달러를 빌려오는 것인데 빌려와서 파는 것과 결과적으로는 마찬가지여서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그렇게 설명합니다.) 은행들의 선물환 매도가 많아질수록 외채가 늘어나는 구조여서 정부는 은행들이 선물환 매도를 너무 많이 하지 못하게 규제를 해놨는데요. 이걸 선물환 포지션 규제라고 합니다. 이걸 풀어서 좀 더 많은 외채를 끌어들여도 되도록 한 겁니다. 우리나라로 달러가 좀 더 들어오게 하는 겁니다.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이런 선물환 매도 수요가 얼마나 많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발췌 :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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